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특징 중 하나는 영정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장례 의뢰 공문에는 고인 사진이 첨부돼 오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설령 가족이 찾아가도 사진을 내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러주는 '나눔과나눔'은 고인의 연고자에게 부고를 알릴 때 적극적으로 영정에 쓸 사진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채 장례에 와서 당황하는 가족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례에 영정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모두가 영정과 위패를 같이 들고 있는 화장장에서, 나 홀로 위패만 덩그러니 들고 있으면 소외감이 들고 움츠러든다.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현대의 장례 문화에서 영정 사진은 ‘당연히’ 필요하다.
운이 좋아 그 당연한 사진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받는다면 편집을 해야 한다. 대부분 단체 사진 속 고인을 확대해서 촬영한 탓에 화질이 뭉개져 있기 때문이다. 편집 작업은 통상 내가 맡는다. 퇴근 후에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기에 남들 눈엔 귀찮게 보이겠지만, 작업을 위해 고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마음속에 작은 친근함이 자리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친밀감은 장례 현장에서 고인을 애도하는 걸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지난겨울 장례를 치른 한 고인의 영정도 내가 만들었다. 고인의 임종을 지킨 친구들이 그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히 그 사진을 쓸 수 있었다. 나는 주민등록증에서 고인의 얼굴만 잘라낸 뒤 새롭게 배경을 만들고 정장을 입혔다. 그러자 선한 눈매의 고인은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처럼 보였다. 편집이 완성된 영정을 액자에 넣고 가방에 챙겨 퇴근했다. 다음날 오전 장례라 사무실에 들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집에 도착해 고인의 영정을 책상 한쪽에 세워두었다. 그냥 가방에 넣어두기도, 그렇다고 바닥에 두기도 애매했다. 괜히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집에서 생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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